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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땅 끝 고장
해남
으로 평가된다. 대둔사에서 두륜봉을 향해
추석쯤이나 9월 초에 지방질이 많은 붉은
오르다 보면 차나무 숲 사이로 움막‘일지
자줏빛 열매가 열리는 이 비자나무의 열매
암’
이 나타나는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이
는 한방에서 촌충을 없애는 특효약으로 쓰
나 은거하던 곳이다.
인다.
해남군 연동리에는 삼백년쯤 전에 해남
해남 윤씨 종가에서는 해마다 뒷산의 비
윤씨의 선조가 터를 닦아 지은 집이 아직도
자 열매를 주워 이것을 멱둥구미나 짚 소쿠
그 핏줄의 종가로서 남아 있다. 고산 윤선도
리에 담아서 짚수세미로 매우 문질러 속껍
가 사색당쟁의 정치 싸움에서 밀려나와 은
질을 벗긴다. 껍질을 벗긴 알맹이는 엿이나
거 생활을 하면서 시를 지었던 곳으로 더욱
꿀을 발라서 볶은 통깨나 콩가루에 고물을
더 잘 알려진 이 집은 대문, 안채, 사랑채,
묻히듯 굴려 비자강정을 만든다. 아직도 해
사당, 제각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그 규모
남 윤씨 종가에서는 비자강정을 만들어 두
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호남 지방의 양반층
고 사랑에 드는 손님을 대접할 때 선보이는
집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민가라는 평가를
데 그 맛은 이곳에서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받아 사적 167호로 지정되었다. 특히 이 집
가 어렵다.
의 사랑채는 해마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
해남 지방은 문화유산이 무척 풍부한 곳
이 소낙비 쏟아지듯이 우수수 떨어진다고
이다. 특히 문내면 우수영 지방의 강강술래
하여‘녹우당’
으로 따로 불린다.
는 1965년 2월 15일에 중요 무형문화재 8
해남 윤씨들이 그 집안의 자랑거리로 내
호로 지정받았다. 아리따운 처녀들이 손에
세우는 것은 이 종가의 집채 말고도 몇 가지
손을 맞잡고 빙빙 돌며 뛰노는 강강술래의
가 더 있다. 웬만큼 내로라하는 집안에서도
모습을 두고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 이동주
좀처럼 지니지 않은 이 나라의 보물이 셋이
는 일찍이「강강술래」
라는 시에서“여울에
나 이 집에 있으니, 곧 이 집안에 대대로 전
몰린 은어떼 / 삐삐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
해 오는‘윤씨 가전고화첩’
과‘고산 수적 관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라고 말했다. 믿
계 문서’
와‘노비 문권’
이 그것이다.
기 어려우나마,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
또 녹우당 뒤쪽에 있는 덕음산 중턱에는
서 온다’
는 뜻의‘강강수월래’
는 곧 일본 군
나이가 삼백 살이 넘은 비자나무 오백 그루
사가 바다를 건너서 침입하니 늘 경계하라
쯤이 울울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천
는 한자 표현에서 나왔다고 짐작한다. 강강
연 기념물 241호로 지정받았다. 음력 8월
술래는 이 지방의 전설에 따르면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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