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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추풍령 아래 첫 고을 김천
기행
그리고 수도산 기슭에는 암자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수도암이 자리 잡고 있다. 청암사와
같은 해에 창건된 이 암자는 그 건물이 1894년의 동학혁명 때에 모두 불타 버려 오늘날의 것은
그 뒤에 다시 지은 것이지만 옛 모습대로 남아 있다. 베를 짜는 처녀가 탑신에 새겨진 3층 석탑
두 채와, 도선 국사가 만들었다는 불상과 비로자나불 돌 좌상 따위 조각품은 신라 때에 만든
것으로서 그 공예가 뛰어나 각각 보물 296호와 297호와 보물 307호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비로자나불 돌 좌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이 얽혀 있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보
다 키가 80㎝쯤 낮은 이 부처는 경상남도 거창군의 한 마을에서 조각되어 그 마을의 이름이
‘불석동’이 되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이 부처를 수도암까지 옮겨오느라고 애를 먹고 있을 때에
늙은 중 하나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 중은 그 무거운 부처를 거뜬히 등에 업고 수도암 근처에
다다랐는데 안타깝게도 칡덩굴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 중은 이 산신령
을 크게 꾸짖고 사라졌으며 그 뒤로는 수도암 언저리에는 칡이 자라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설에서처럼 오늘날에도 이 암자 근처에서는 칡을 찾기 어렵다.
김천은 경기도 안성처럼 유기로 이름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늘날까지 그 맥이 이어지고 있
다. 그런데 김천 유기를 대표함직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징과 꽹과리이다. 징과 꽹과리는 질
놓은 놋쇠를 두들겨서 만드는 방짜이다. 징을 만들 적에는 먼저 구리와 상납을 1대 4의 비율로
넣고 녹여 합금을 하여 지름이 20㎝이고 두께가 3㎝인 둥근 덩어리 곧 바디기를 만들어 그것을
불이 활하게 핀 화덕 속에 넣고 달군다. 바디기가 불속에서 처음 얼마 동안은 잿빛이었다가 점차
로 붉은빛을 띠기 시작하여 마침내 분홍빛이 되면 꺼내서 메질을 한다. 그런데 바디기가 분홍빛
으로 달궈지지 않았을 적에 메질을 하면 단박에 산산 조각이 나므로 메질은 반드시 바디기의
빛깔을 잘 가늠할 수 있는 밤중부터 이튿날 해뜨기 전까지 해야 한다.
바디기를 칠적에는 바디기당이가 잘 달궈진 바디기를 집게로 집어 주면 그것을 대정이 발아메
질을 잘할 수 있도록 쥐고 있고, 앞메꾼과 전메꾼과 센메꾼이 돌아가면서 쇠메로 친다. 그러다
가 바디기가 식으면 다시 화덕으로 들어가는데 화덕에는 불만 전문으로 보는 이가 하나 딸린다.
바디기가 다시 달궈지면 먼저와 같은 방법으로 치고 또 치는데 이런 메질을 가리켜 도듬질이라
고 한다. 도듬질로 얼마만큼 늘어난 바디기를 초바디기라고 이르며 초바디기는 석장을 겹쳐서
친다.
이렇게 쳐서 초바디기가 징 바닥만큼 늘어나면 가장자리를 두들겨서 오긋하게 오그린다. 오
그린 것을 이가리라고 이것을 다시 달궈서 그 바닥을 치는 싸개질을 한 다음에 담금질을 하여
놋쇠의 강도를 높인다. 이렇게 해 놓으면 겉보기에 거의 징 모양을 갖추게 된다. 그때부터 징이
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징 바닥을 작은 망치로 두드려 ‘쌀을 편다’. 곧 징 바닥의 두께가 골라지
도록 골고루 펴는 것이다. 쌀이 잘 펴진 다음에는 징에 소리를 불어넣는 작업인 ‘울음 잡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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