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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심 좋은 청정 지역 양구(楊口)
기행
애간장을 끊는 듯한 슬픔이 어린 곳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단장의 능선’은 미군이 이 나라
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른 곳으로 꼽힌다. 1951년 9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에 이곳에서
는 사만명이 넘는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 그 때에 미군이 손 포탄만 해도 이십만 알이 더 되었다.
양구는 ‘육지 속의 외딴섬’으로 불릴 만큼 교통이 워낙 불편한 깊은 산골이고, 남아있는 문화
유적이나 구경꾼이 몰려 올 만큼 널리 알려진 구경거리가 다른 군에 견주면 드물어도 이곳을
찾는 외지 사람들은 많다. 휴전선이 가까운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이곳도 다른 지방에서
온 듯한 낯선 말씨를 쓰는 사람은 거의가 이곳에 와 있는 군인을 만나려고 온 군인의 가족이거나
애인인데, 토요일쯤이면 양구읍 거리는 그들로 붐빈다.
그들 말고도 이곳을 끼고 있는 화천 저수지와 소양 저수지에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두 저수지에는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잉어, 쏘가리, 붕어, 빠가사리, 빙어 같은 민물고
기가 많아서 서울이나 춘천 같은 곳의 낚시꾼들을 끌어들인다. 이곳은 물이 공해에 더럽혀지지
않아서 여기에서 잡힌 고기는 산 채로 서울이나 춘천 같은 대도시로 팔려나간다.
특히 청정지역에서 자란 빙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뼈가 연해
회나 매운탕을 만들거나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에 튀겨 먹으면 맛이
좋으므로 인기가 높다. 몸길이가 15㎝쯤 되고 옅은 잿빛을 띤 빙어
는 내장이 들여다보일 만큼 살의 빛깔이 맑은데 날씨가 추울수록
물속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11월 하순쯤부터 이듬해 2월 말쯤까지
잘 잡힌다. 그리고 그 때에 잡힌 고기라야 맛도 제 맛을 낸다. 겨울에 얼음을 깨고 낚시나 그물을
던져서 하는 빙어 잡이는 저수지가 생김으로써 여러 가지 손해를 본 이곳 사람들에게 일손이
비는 겨울에 좋은 일거리가 되어 살림에도 큰 보탬을 준다.
양구군은 산과 강을 중심으로 작은 평지가 형성된 곳이 많아 아주 일찍부터 이곳에 인류가
살았음을 보여 주는 흔적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1986
년에는 ‘평화의 댐’ 공사를 위해 45년 만에 화천댐을 방류
하면서 댐 공사로 수장되었던 양구읍 동수리, 고대리, 공
수리, 상무룡리와 지금은 이름마저 없어진 주막거리, 용
호리, 허수리, 방현리, 서호리 등이 옛날의 모습을 드러냈
다. 이 파로호 상류 지역이 지표에 드러나면서 유적조사
단이 지표 조사를 하여 뚜렷한 구석기 유적의 징후를 발견했다. 그 결과 이곳은 공주 석장리,
연천 전곡리에 버금가는 훌륭한 구석기 유적지로 밝혀졌다. 그리고 해안면 현리에서는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간석기와 토기편이 수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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