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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 흐르는 백제(百濟)문화의 숨결
보물 제108호인 정림사지 석불좌상은 고려시대의 화강석 석불로 극심한 마멸과 파괴로 형체만 간
신히 남아 있다.
궁남지(宮南池)는 우리나라 연못 가운데 최초의 인공 조원(造苑)으로 백제 무왕 35년(634)에 축조
되었다. 경주의 안압지보다 40년 앞서 만들어졌으며 백제의 빼어난 조경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사적으
로 일본 아스카시대 정원기술의 원조가 되었다.
부여에서 논산 쪽으로 2.5㎞ 떨어진 능산리(陵山里)에는 백제시대의 무덤으로 알려진 고분군이 있
다. 왕족 또는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분 7기는 지표가 전혀 없어 누구의 무덤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 능산리 고분들은 이미 1915년부터 일본인들이 발굴 조사했는데 그 중 1호 고분에는 사신을 그린
벽화가 발견되었다. 벽화의 수법은 고구려 강서 삼묘와 만주 통구 사신총의 경우와 유사하였다.
1993년 12월 12일 부여읍 능산리 고분 옆에서 백제 유물 중 최고의 수준으로 꼽히는 백제금동대향
로(百濟?銅大香?)가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높이 64㎝, 목통지름이 19㎝인 이 향로는 백제
인의 사상과 종교관을 예술적으로 함축 승화시킨 걸작품으로서 세계적인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백제문화의 우수성과 찬란함은 금성산 기슭에 자리한 국립부여박물관에 가서 재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선사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 까지 11,000여점이 넘는 귀중한 유물이 소장, 진열되어 있
어 그들의 높은 정신세계와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베일 속에 묻혀있는 백제의 왕도 부여에는 이밖에도 군창지, 군수리 사지, 부여나성, 장하리
3층석탑, 성흥산성, 대조사, 수북정, 자온대, 무량사, 만수산 자연휴양림 등 숱한 문화 유적과 볼거리
를 갖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한다.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문화의 뿌리 없이는 민족문화
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내 고장 문화 유산을 가꾸고 이해하며 후세에 길이 전하는 것은 무엇보다 소
중한 일이다.
부여를 여행하면서 망각 속에서만 있었던 백제인들이 남겨 놓은 값진 문화유적들이 이곳 여기저기
에 고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에서 풍성한 문화의 향기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신라 천년 사직을 지켜온 경주가 그 수많은 문화유적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곳
백제의 부여 유적은 원 모습이 사라지고 희미한 흔적들로만 남아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백마강은 백제 역사 이전부터 지금까지 쉬임없이 흐르고 있다. 또한 백제는 멸망했지만 그 유적들
은 남아서 그 옛날 사비시대의 영화를 아련히 기억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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