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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初八日)의 세시풍속
했다. 혹 어떤 이는 악기를 들고 장안을 쏘다니며 논다. 그리하여 서울 장안은 사람의 바다를 이루고
등불의 성(城)을 이루었다. 그렇게 떠들썩하기를 밤새도록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석가모니의 탄생일
인 초파일은 온 국민이 기쁨과 축하를 나누었던 즐거운 명절로 오늘날 크리스마스 풍경보다도 훨씬
화려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화려한 경축행사는 조선시대까지도 계속되었고 유교를 중요시하게 되어
국가가 이를 막았어도 그 풍습이 끊일 줄 몰랐다. 특히 고려의 서울이었던 개성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성대한 연등행사를 가졌다고 전한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신자는 많지만 초파일의 행사는 거의 다 사
라지고 절에서만 등을 달고 재를 올리며, 밤에는 불교 신자들이 손에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연등
행렬이 있을 뿐이다.
4월 초파일 아이들은 석남(石南)나무 잎을 넣어서 만든 증편과 볶은 검은 콩과 삶은 미나리나물을
등간 밑에 벌여놓는다. 이것은 석가 탄신일에 고기 없는 간소한 음식으로 손님을 청해다가 즐기는 풍
속이 변한 것이라 한다. 유엽병(鍮�湮�)이라고 하는 것도 4월 초파일 절기에 해먹는 떡이다. 느티나무
에 새싹이 나올 때 연한 느티잎을 따다가 멥쌀가루와 섞어 떡켜를 두툼하게 하여 찐 설기떡이다.
이 밖에도‘파강회’
와‘미나리강회’
를 4월 달에 즐겨 먹었다. 파강회는 파를 삶아 날고기를 속에 넣
고 파 잎으로 말아서 초간장을 찍어 먹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흔히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미나리강
회는 미나리를 데쳐서 파강회와 마찬가지로 날고기를 미나리 잎과 줄기로 삼아 초간장이나 초고추장
을 찍어 먹는 것이다. 계절적으로 미나리와 파가 흔한 때이므로 그러한 것을 특식으로 하였다.
또 생선을 잘게 썰어 익혀 오이나물, 국화잎, 파의 싹, 석이버섯, 익힌 전복, 계란 등과 섞어 기름과
식초를 쳐서 시원하게 먹는 것을‘어채(魚菜)’
라고 한다. 또한 초여름에 장미가 한창 필 때는 빛이 노
란 장미를 따다 찹쌀 가루에 넣어 반죽하여 동그란 떡을 만들어 기름에 튀겨 먹는다. 이것을 꽃으로
만들기 때문에 화전(花煎)이라고 부르고,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유전(油煎)이라고도 부른다.
24절기의 하나인 소만(小滿)은 양력으로 대게 5월 21일께가 된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
하며 식물이 왕성하게 성장한다. 소만 무렵에는 농촌의 일손이 더욱 분주해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
리 먼저 베기 작업들과 여러 가지 밭농사의 김매기 들이 줄을 잇게 된다.
모판을 만들어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기간이 옛날에는 45~50일이 걸렸으나, 지금의 비닐모판에서
는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 모내기가 시작되어 1년 중 제일 바쁜 계절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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