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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초파일(初八日)과 연등놀이
문화
각 가정에서는 이 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등을 달아 맬 소나무를 세우고, 그 등대 꼭대기에는
꿩의 꼬리털을 꽂거나 색색으로 물들인 비단으로 깃발을 만들어 달았다. 그리고 이 등대에다
줄을 매어 식구 수대로, 또는 아이들의 수대로 등을 달아 불을 밝히는 것이다. 이 때 등불이
환하게 밝으면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등대의 장식은 가난한 집에서는 늙은 소나무 가지를 붙들
어 매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부잣집에서는 온갖 사치를 다 부려 멋을 냈다.
이 날 불교도들은 절을 찾아가 불공을 드리고 탑돌이를 한다. 탑돌이는 초파일뿐만 아니라
8월 한가위에도 하는데 오늘날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풍습이다. 옛날 불교가 성했던 신라 때에
는 전 국민이 불교를 믿어, 이 탑돌이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었다.
모든 절에는 돌로 만든 석탑이 세워져 있고 초파일이 되면 수많은 신도들이 탑이 서 있는 절간
의 마당을 가득 채웠다. 절의 스님은 탑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돌아가며 불경을 외웠고 신도들은
스님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탑을 돌아가며 저마다 마음속으로 한 해 동안 무사태평하기를
기원한다. 또 자기가 품고 있던 소원을 석가모니에게 간절히 빈다. 부인네들은 아들 낳기를 빌
고, 처녀 총각들은 시집 장가가기를 빌며, 부모님이 아픈 집 자녀들은 병이 완쾌되기를 빌었다.
여럿이 탑을 도는 모습은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을 이루었다.
이처럼 석가모니의 탄생일인 초파일은 온 국민이 기쁨과 축하를 나누었던 즐거운 명절로 오늘
날 크리스마스 풍경보다도 훨씬 화려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화려한 경축행사는 조선시대까지도
계속되었고 유교를 중요시하게 되어 국가가 이를 막았어도 그 풍습이 끊일 줄 몰랐다. 특히 고려
의 서울이었던 개성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성대한 연등행사를 가졌다고 전한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신자는 많지만 초파일의 행사는 거의 다 사라지고 절에서만 등을 달고 재를 올리며, 밤에는
불교 신자들이 손에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연등 행렬이 있을 뿐이다.
4월 초파일의 음식으로는 산에 저절로 자라는 관목인 석남나무 잎을 넣어서 만든 증편과 찐
검정콩, 데친 미나리 나물이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파강회’와 ‘미나리강회’를 4월 달에 즐겨 먹
었다. 파강회는 파를 삶아 날고기를 속에 넣고 파 잎으로 말아서 초간장을 찍어 먹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흔히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미나리강회는 미나리를 데쳐서 파강회와 마찬가지로
날고기를 미나리 잎과 줄기로 삼아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이다. 계절적으로 미나
리와 파가 흔한 때이므로 그러한 것을 특식으로 하였다.
또 생선을 잘게 썰어 익혀 오이 나물, 국화잎, 파의 싹, 석이버섯, 익힌 전복, 계란 등과 섞어
기름과 식초를 쳐서 시원하게 먹는 것을 ‘어채(魚菜)’라고 한다. 또한 초여름에 장미가 한창 필
때는 빛이 노란 장미를 따다 찹쌀 가루에 넣어 반죽하여 동그란 떡을 만들어 기름에 튀겨 먹는
다. 이것을 꽃으로 만들기 때문에 화전(花煎)이라고 부르고,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유전(油煎)이
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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